목회컬럼

본말(本末)을 뒤집지 말라!

By July 31, 2021No Comments

누가복음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이기신 세 번째 시험은 마귀가 천하만국을 보여준 다음, “이것은 다 자기 것인데 만약에 네가 내게 절하면 네게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마태나 누가가 똑같이 ‘천하만국’이라고 말했지만 마태는 ‘온 세상’이라는 의미로 말한 반면, 누가는 ‘사람이 사는 세상’(헬라어로 오이쿠메네, 이 단어에서 영어의 economy가 나왔다) 즉 당시의 로마 제국에 속한 모든 나라라는 의미로 화려하고 강력한 로마 제국의 영광을 좀 더 강조하였습니다.

마귀가 자기 것이라고 말한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인간이 죄를 지음으로 마귀에게 어느 정도 넘겨준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마귀를 ‘세상 임금,’ 혹은 ‘공중 권세 잡은 자’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입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의 흥망성쇠와 개인의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분은 하나님 한 분뿐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천하만국이 자기 것이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속임수입니다. 마귀는 하나님의 허락 한도 내에서 모든 것을 제한적으로 행할 수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기록된 바 주 너의 하나님을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고 단호하게 반박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이 세상의 모든 것, 즉 만물을 존재케 하시고 다스리시며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분명히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마귀가 마치 세상의 모든 영광이 제 것인양 떠들어도 만물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오고 하나님으로 말미암고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것을 아셨고, 마귀에게 한 번 절하면 그것은 마귀를 섬기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꿰뚫고 계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신자들까지도 자기를 위해서, 자신의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서 산다고 생각합니다. 불신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신자들조차 모든 것을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용하기까지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 뜻, 내 이익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도 믿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신자는 하나님을 섬김이 내게 유익하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김이 어디까지나 사람의 존재 목적이기 때문임을 압니다. 하나님을 섬김이 내게 복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존재 목적임을 잊는다면 본말을 뒤집는 것이며, 이것은 사탄의 속임수에 놀아나는 것입니다.

오늘도 세상은 화려한 손짓으로 신자들을 유혹합니다. 한 번만 절하면 모든 것이 손에 들어오는데 마다할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창조주이시고 우리는 그분의 피조물인 사실을 한 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은 이 세상 모든 것을 한 손에 쥐시고 친히 경영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예수님이 가셨던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따라가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을 섬기는 길입니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