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광야에서

By September 4, 2021No Comments

“순교자의 소리”(Voice of the Martyrs)라고 하는 고난당하는 기독교인들을 위해 사역하는 단체의 회장 에릭 폴리 목사님이 지난 달 한국에서 열린 탈북민 목회자 수련회에서 루마니아에서 기독교 신앙으로 인해 오랜 세월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신 리차드 범브란트 목사님이 하신 말씀을 했습니다. “서양 기독교인들은 마땅히 러시아로 몰려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단지 공산주의 치하에서 신실한 증인의 사명을 감당한 러시아 지하교인들의 발밑에 앉아서 배우기 위해서이다.”
그러면서 폴리 목사님은 북한 지하교회는 패배하지 않는다고 장담하면서 패배한 교회, 회개와 부흥이 필요한 교회는 한국교회임을 역설하였습니다. 그는 북한의 지하교회는 극심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해 온 반면, 한국교회는 수십 년간 교인의 숫자가 감소하면서 수렁에 빠져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이 지적은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들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우리가 지금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이전에 비해서 힘들다고 하는 것이든지 다른 사람에 비해서 힘들다고 불평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지금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고통당하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정치적 불안정에다 환경마저 파괴되어 생지옥 같은 아이티나, 3대에 걸쳐 잔인하게 인권을 말살하고 신앙을 짓밟는 북한에 비교한다면 우리의 호소는 지나친 엄살에 불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과 폭염, 그리고 홍수 같은 것들이 기독교인들을 연단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너무나 편안한 가운데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에 신앙도, 정신도 병들어 있습니다. 중증이면서도 중증인지도 모를 정도로 우리의 형편은 절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프간, 혹은 북한이나 지금 한창 기독교인들을 핍박하는 일에 열을 올리는 중국에 사는 성도들에게 신앙을 배우기 위하여 그들의 발밑에 앉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부터 히브리어로 “광야에서”라는 제목을 가진 민수기서(Numbers)를 강해합니다. 민수기서는 일종의 “광야생활지침서”입니다. 광야란 낮의 더위와 밤의 추위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땅입니다. 광야는 아무것도 없는 곳입니다. 의지할 사람도, 쉴 만한 집도 없는 곳입니다. 다만 굶주린 들짐승들만이 있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인간 삶에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야 할 것만 있는 곳이 광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40년이나 살며 많은 연단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출애굽한 이후에 광야에서 살다가 광야에서 죽었습니다. 처음에는 오합지졸이었던 자들이 하나님의 연단을 받아 늠름한 불퇴전의 용사들로 변신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등 따숩고 배부른’ 우리에게도 광야가 필요합니다. 모세, 다윗, 세례 요한처럼 기라성 같은 하나님의 사람들은 광야에서 조련되었습니다. 민수기를 통해서 거친 광야를 잘 견디는 하나님의 낙타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