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받은 윌리암 골딩이 1954년에 쓴 <파리 대왕>(Lord of the Flies)은 제 2차 대전 때 전쟁을 피해 피난을 가던 영국의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으로 인하여 무인도에 불시착하여 고립된 뒤 벌이는 모험담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바다에 떨어져 모두 수영을 하든지 튜브를 타고 가까이에 있는 섬으로 가서 살게 됩니다. 그러다가 섬에 가고 난 후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도 없는 섬에서 비로소 난폭한 인간성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힘 센 아이들은 서로 대장이 되겠다고 편을 나누어 싸우다가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돼지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난폭해진 아이들은 돼지의 목을 잘라 창에 꽂습니다. 그 돼지 머리에 파리가 들끓게 되어 파리 대왕인 것입니다. 윌리암 골딩은 소설을 통해 감추어져 있던 인간의 악마성은 환경이 달라질 때 그 본성을 드러낼 수 있음을 고발합니다. 그는 인간에게는 뿌리 깊은 악한 본성이 있어서 언제든지 야만으로 변할 수 있고,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고, 무질서하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섬뜩하게 그려냈습니다.
지난 주 우리가 묵상한 삼손 이야기를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힘을 가진 유일한 인간, 그래서 나귀 턱뼈를 들고 한 번에 천 명도 죽일 수 있는 사람, 제아무리 튼튼한 밧줄로 묶어놔도 마치 불탄 삼실처럼 끊어버리고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인 그가 얼마나 강력한지 유다 족속들은 그를 설득하기 위해 삼천 군사를 대동했고, 그 한 사람을 잡기 위해 블레셋 군사들을 수없이 많은 매복을 붙여야 했고, 엄청난 돈을 들릴라에게 주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힘의 비밀인 머리카락이 잘리자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삼손의 실패기를 묵상하면서 그의 비극의 원인을 찾다가 “밧세바 신드롬”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밧세바 신드롬은 항상 성공하던 사람은 어떤 상황도 성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다윗처럼 말입니다. 그는 언제나 승승장구하였기에 마음이 느슨해졌고 밧세바에 대한 유혹을 느끼면서도 ‘잘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세상적으로 성공했거나 잘 나가는 이들이 이런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예수를 믿어도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과 힘을 믿고 교만하면 언젠가는 삼손처럼 수모를 당하는 자리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깨어 있고 겸손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진정한 리더는 예수님의 제자여야 합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를 수 있어야 주님의 참된 제자입니다. 요즘 한국과 미국의 정치판을 보면서도, 저를 포함하여 요즘 교인들을 보면서도 이런 악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봅니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