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충청남도 남양군 구봉 광산에서 배수 공사를 하던 광부 양창선
씨(당시 35세)가 매몰되는 사고를 당하였습니다. 건물 50층 높이에 해당되는
지하 125m의 갱도에 갇혔다가 16일 만에 극적으로 살아났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신문에서 야윌 대로 야위고 퀭한 눈의 양창선 씨의 모습과 그의 생환을 온 국
민이 환영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매몰 사고로서는 세계 기록을 세운 기적
의 주인공인 그가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고 기온은 차갑고 산소는 희박한 지하
막장에서 어떻게 16일 동안이나 버틸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놀랍게도 한 가닥의 전화선 때문이었습니다. 해병대 통신원으로
군복무를 했던 그는 군용 전화기로 지하 막장 캄캄한 곳에서 지상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 당국과 온 국민이 성원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구출 팀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조금만 더 견뎌보라는 격려, 그리고 그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과 통화하면서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절박함과,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그를 살려 주었습니다. 그야
말로 미세한 희망이 가느다란 전선줄을 타고 막장까지 내려갔던 것입니다. 실질
적으로는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지상의 사람들의 간절한 외침이 들려 절망 중에
빠진 지하 125m의 광부가 희망의 줄을 놓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주일에 당회와 운영위원회에서는 내달 첫 주에 창립 23주년을 기념
하여 임직식을 거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직분자 후보 일곱
분 모두가 당선되고, 세 분의 명예 권사를 추대할 수 있고, 한 분의 권사님이 명예
롭게 은퇴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번 임직식이 뜻 깊은 것은 지난
한 어려움들 속에서도 모든 교우들이 일심 단합하여 희망을 버리지 않고 버틴 결
과로 주어진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희망의 줄을 놓지 않는 자를 버
리지 않으십니다. 희망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티크바>인데 이는 “밧줄”이
라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희박하더라도 희망이 있기만 하다면 그 희망은 튼튼한
동아줄과 같아서 생명은 살아납니다.
교회에서의 희망의 밧줄은 기도요 말씀입니다. 지하 깊숙한 곳에 처박힌
양창선 씨에게 들려온 지상의 목소리가 그를 16일 동안이나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한 것처럼 하나님의 음성이 있는 한 성도는 살 수 있습니다. 성도는 떡으로만 사
는 자가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교회가 오늘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 역시 성도들의 간절한 기도 덕분이요,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
님의 말씀 덕분입니다. 그러므로 임직식을 앞두고 다시 우리는 기도의 밧줄과 말
씀의 밧줄을 튼튼히 붙잡는데 교회의 소망이 있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결코
자만하지 말고 겸손히 기도 줄과 말씀 줄을 붙잡고 오늘도 정진해야 하겠습니
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