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낮은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

By December 18, 2021No Comments

러시아의 한 작은 마을에 파파노라는 착하고 성실한 구두 수선공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습니다. 파파노에게 성탄절 이브 꿈에 예수님이 찾아오셔서 성탄절 날 찾아
오겠노라고 하셨습니다. 파파노는 너무나 황송하고 기뻐서 커피를 끓여놓고 청소도
깨끗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예수님은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마침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가 보였습니다. 파파노는 그를 들여 몸을 녹이
고 커피를 마시게 했습니다. 점심때쯤 누더기를 걸친 여인이 홑이불에 어린 아이를
싸들고 가는 게 보여 파파노는 그 아이의 발이 시퍼렇게 얼어 있는 것을 보고는 자기가
만든 조그마한 신발을 신겨 주었습니다. 저녁이 되도록 예수님은 오시지 않았습니다.
대신 배가 고파 과일을 훔쳐가다가 잡혀 경찰서로 끌려가는 소년을 측은히 여겨 대신
과일 값을 지불해 주고 풀려나게 하였습니다.

결국 기다리던 예수님은 오시지 않았고 파파노는 실망한 채로 밤이 되어 잠을
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꿈에 보였던 예수님이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왜 오시
지 않았냐고 따지듯이 묻는 파파노에게 예수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거리의
청소부로, 누더기를 걸친 여인으로, 과일을 훔친 소년으로 세 번이나 찾아갔다고 하셨
습니다. 예수님은 대접을 잘 받았다고 파파노를 크게 칭찬해 주셨습니다.

성탄절은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저녁에 동네 한 바퀴를 돌아도
증명됩니다. 성탄 장식에 공을 들인 미국인 집을 보면 참 감동입니다. 이렇게 아름답
게 장식을 해놓았는데 봐주지 않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아 아내와 저는 저녁 시간에 가끔
차로라도 동네를 한 번씩 돕니다. 그러면서 성탄의 기분을 만끽하곤 합니다. 그들의

정성어린 데코레이션 속에서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 대한 진정한 믿음이 있기를 소원
해 봅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서 가족을 잃은 이들이 많아서 마음이
아픈데, 며칠 전 중부 지역에 유래 없는 토네이도가 닥쳐서 무려 260마일이나 휩쓸고
지나가며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내서 미국인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습니다. 미얀마
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정부군에 의해서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임을 당하
는 끔찍한 만행이 있었습니다. 아이티는 여전히 혼돈과 방황 속에 있다고 합니다. 아
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무슨 만행을 저지르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우리가 어려움을 당하지 않았다고 마냥 성탄절의 즐거움을 누
릴 수만은 없습니다. 감사하게도 교우들 사이에서 성탄절의 선행이 줄을 잇고 있습니
다. 미얀마의 난민들에게 생활용품을 보냈고, 주변에 살고 있는 홈리스 피플들에게
백팩을 드립니다. 토네이도로 어려움을 당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모아서 성금을 보
내려 합니다. 우리가 쓰다가 두고 신지 않는 신발들이 북한에서는 요긴하다고 하니
이 또한 감사합니다. 파파노 할아버지에게 예수님이 낮은 모습으로 찾아오셨듯이 오
늘 그들 역시 낮은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이실 것입니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