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작가로 살았던 권정생 씨의 글 중에 <아기 늑대 세 남매>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어느 숲 속에 살고 있던 아기 늑대들이 그 마을에 사는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말을 엿듣고는 자기 엄마 아빠에게 졸라서 사람으로 변신하여 그 동네 교회에서 열리는 여름성경학교를 참석한다는 이야기가 아주 아름답게,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늑대는 변신을 잘 하니까 감쪽같이 어린 아이들의 모습으로 변신을 했는데 배꼽의 털만은 바꾸지 못해서 조심해서 안 보이게 했다거나, 아침에 먹은 음식이 방귀를 뽕 뀌게 하여 다른 애들이 늑대인 줄 알아챌까봐 조바심을 했던 이야기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집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의 모습으로 변신을 해서 그렇지 그 아이들은 사실은 늑대라는 이야기입니다. 권정생 작가는 평생 모든 글을 동화처럼 썼기에 사나운 늑대도 우리에게 친근한 캐릭터가 되지만 여름성경학교에 온 아이가 실제는 늑대였다는 사실을 통해 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의 나라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늑대로 상징되는 죄인에게도 열려 있는 하나님 나라! 그래서 거룩한 성도 공동체인 교회 역시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누가복음을 통해서 예수님이 제자 베드로를 일방적으로 찾아가셔서 말씀하시고 기적을 나타내셔서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오게 하신 일과 세리 레위(마태)가 세관에 앉아 있는데 따라오라 하셔서 헌신하게 하신 장면들에서 늑대가 여름성경학교를 참석하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게 됩니다.
친절하게도 예수님은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필요 없지만 병든 자에게는 의사가 필요하고, 주님은 의인을 부르러 오신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고 말씀하신 것을 지켜보면서 오늘의 교회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원래 우리가 늑대 출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우리의 야수 같은 속성이 언제든지 튀어나옵니다. 우리는 원래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로 여름성경학교를 참석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란 거룩한 공동체 이전에 용서 받은 죄인들의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용서해 주심 같이 용서해야 삶이 행복해집니다. 우리의 본질이 늑대임을 잊지 않으면서…[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