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아버지의 눈물

By June 26, 2022July 5th, 2022No Comments

한국에서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이 가정의 달이고, 6.25전쟁이 있는 6월은 호국영령의 달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미국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더스데이가 5월 둘째 주일에 있고 메모리얼데이가 5월 마지막 주에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파더스데이라 해서 6월 셋째 주일을 정했지만 지난 주일 우리교회도 그저 “해피 파더스데이!” 한 마디 외치고 지나갔듯이 대개 그저 지나갑니다.

그러나 2014년 개봉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덕수가 영화 끝마무리에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보며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막순이도 찾았고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라고 울먹인 것처럼 우리의 아버지들은 참 힘든 세월을 살았습니다.  돌아보면 일제의 압제와 6.25전쟁의 참상을 겪으면서 가정을 지켜야 했고, 보릿고개를 지나며 초근목피하며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했고, 베트남 전쟁과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건설 붐을 일으키는 주역의 삶을 살아서 오늘 대한민국의 부흥과 발전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에 흩어진 750만 이민자의 아버지들은 언어도 문화도 서툴면서도 어느 나라에서든지 다른 나라 출신들이 부러워할 만한 괄목할 만한 안정을 이루었습니다.

이채라는 시인은 <아버지의 눈물>에서 아버지들의 서사를 이렇게 풀어놓았습니다.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며 / 떳떳하게 정의롭게 / 사나이답게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 /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 // 중략… // 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 / 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한 것은 / 누가 건네준 짐도 아니건만 / 바위보다 무거운 / 무겁다 한들 내려놓을 수도 없는 / 힘들다 한들 마다할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이다 / 그래서 아버지는 / 울어도 소리가 없고 / 소리가 없으니 목이 메일 수밖에 // 용기를 잃은 것도 /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 살아가는 일은 버겁고 /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도 /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할 뿐이다 /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 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울 수밖에 //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 약해서도 울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 하늘만 알고 / 아버지만 아는…”

어제는 6.25전쟁 72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전쟁터에 내몰렸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들의 아버지들의 희생이 가장 많았던 날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은 아버지들의 희생의 터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 아버지! 오늘은 천국에 계신 저의 아버님이 유달리 그립습니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