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만 가지 감사

By November 20, 2022No Comments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삼중고를 가졌던 헬렌 켈러가 쓴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은 자주 읽어도 늘 새롭습니다. “첫째 날, 나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준 설리반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볼 것이다. 둘째 날,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나서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겠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큰 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것이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나를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사흘만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은 헬렌 켈러가 그토록 원했으나 끝내 이룰 수 없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에게는 날마다 보고 들으며 경험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잊고 삽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헬렌 켈러는 다시 충고합니다.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보라.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보라.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이 세상을 바라보라.” 헬렌 켈러의 충고에 마음을 열고 생각해 보면 들을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헬렌 켈러의 기준으로 보면 우리 모두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글에서 오늘 내가 누리는 하루는 어제 죽은 이들이 그렇게 간절히 살고 싶었던 날이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오늘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제까지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비해 너무나 감사한 사람입니다. 이런 식으로 감사한 수를 헤아린다면 올해 많이 불렀던 <송축해 내 영혼> 찬양 가사처럼 만 가지 감사한 이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추수감사절은 언제나 한 해의 마무리를 시작하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도 돌아보니 감사한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그리고 교회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또한 교우 여러분들이 저와 저의 가정에게 베푸신 한 해 동안의 사랑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지면을 빌어서 머리 숙여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