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는 약 700만 가량이라 합니다. 가장 한인이 많이 사는 나라는 미국이겠지만 한인이 들어가서 살고 있지 않은 나라는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미국에 사는 우리를 사람들은 코리안 어메리칸이라 하고, 중국에 사는 한인은 조선족,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사는 한인은 고려인이라 합니다. 자기 나라 땅을 떠나서 남의 나라에 가서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자녀들을 양육하여 주류 사회에 진입시키는 일들은 결코 쉽지 않지만 한인들은 강한 민족성 때문인지 어느 나라에서든 성공적으로 정착을 이루고 있습니다.
1937년 가을 구소련의 서기장 스탈린은 연해주라 불리는 극동지역의 한인들에게 중앙아시아 지역으로의 강제 이주명령을 내렸습니다. 명분은 일본인 간첩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였는데, 소련사람들로서는 일본인과 한국인을 구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3개월에 걸쳐서 18만 명을 강제 이주하는 데 기차의 화물칸이나 가축용 운송칸에 빽빽이 태우는 바람에 자리에 누울 수도 없고 용변도 그 안에서 해결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시베리아의 칼바람과 굶주림으로 인해 동상에 걸리거나 얼어죽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6,600km를 이동하여 알마아타 인근 우슈토베 지역에 이르렀을 때는 사망자만 2만 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가운데 소련군인들은 한인들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민족들과 달리 한인들은 기차 칸 안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원형 써클을 만들어 서로를 보호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가장 바깥쪽에는 연장자들이 있었고, 그 안에는 청장년들이, 그리고 가운데는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더 보호하기 위해 바깥의 노인들은 겉옷을 벗어 청소년들에게 양보하였습니다. 그 결과 죽은 이들은 대부분 나이 많은 어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강인한 정신력과 단결심으로 황무지를 개간하였고, 맨손으로 토굴을 파고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며 첫 겨울을 가까스로 버텨냈고 정착에 성공했는데 그 후손들이 고려인이라고 합니다.
어떤 앙케이트를 보니 미국에 이민 온 이유가 더 나은 삶을 위하여(30%), 더 나은 다음 세대 교육을 위해서(70%)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오늘 이 땅의 한인들도 저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이 극한 상황 가운데서도 나이가 적은 이들을 보호하여 미래를 연 것처럼 다음 세대의 자녀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DNA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신앙생활을 잘 해야 하지만 우리의 자녀 세대가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또한 그 일을 위해 헌신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 세대에 주어진 가장 큰 사명임을 늘 잊지 말아야 합니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