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고도를 기다리는 인생

By December 18, 2022January 21st, 2023No Comments

나무 한 그루뿐인 어느 시골길에서 블라디미르라는 사람과 에스트라공이라는 사람이 고도(Godot)라는 인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는 지적인 사람이고 고도가 나타나 자신들을 구원해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으며, 에스트라공은 탐욕스러운 사람이기에 고도를 기다리는 일을 힘들어하며 떠나가자고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떠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들이 기다리는 고도라는 사람이 정말 올 것인지, 그가 오는 장소와 시간은 맞는지, 또 실제로 고도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며 50년 가까이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릴 뿐입니다.  이렇게 기다리다가 결국 오리라고 하는 고도는 만나지 못합니다.  다만 오늘은 못 오고 내일 온다는 어떤 양치기 소년의 전언만이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는 프랑스 출신 사무엘 베케트라는 극작가가 1953년에 쓴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전위적인 작품의 줄거리입니다.  그는 2차 대전 당시 겪은 피난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자신의 상황을 통해 인간의 삶을 “기다림”으로 정의를 내리며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글을 쓴 베케트조차도 고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실토를 하며, 자기가 고도가 무엇인지 알았다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요즘 전도서를 묵상하면서 해 아래 있는 모든 것이 헛되다는 전도자의 한탄을 보며 떠올린 이야기가 바로 <고도를 기다리며>입니다.  전도자는 세상의 온갖 학문을 통달하고 부귀영화를 다 경험한 사람으로서 전도서를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시작한 이래 해 아래(29번 등장) 있는 것들이 얼마나 헛된지(38번 등장)를 설명합니다.  여기서 “해 아래”라고 하는 말은 해의 지배를 받는 하나님이 없는 세상을 가리킵니다.  또한 “헛되다”는 말은 수증기, 혹은 바람을 뜻합니다.  그래서 해 아래서의 모든 수고, 부귀영화라는 것이 유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도자의 궁극적 관심은 영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전도서는 마지막으로 향할수록 해 위에 계신 하나님, 해에 지배받지 않는 영원한 삶이 헛되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 속 고도는 끝내 오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해 위에 계신 하나님은 이 땅에 한 아기를 보내셔서 온 인류가 그렇게도 원하는 구원의 길을 여셨습니다.  하나님은 기다리며 앙망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성탄절은 하나님이 우리를 잊지 않고 지금도 사랑하시며,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심을 보여주는 지상 최대의 축복의 날입니다.  또한 이 날은 그 하나님의 아들이 멀지 않은 장래에 다시 오실 것을 확신케 하는 날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