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내가 나를 만나는 십자가의 길

By April 2, 2023No Comments

봄이 오면 저희 집 조그만 잔디밭에 있는 이름 모를 소박한 꽃들을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그런가 하면 가을에 가지치기했던 나무들의 가지에서 새 순이 움트고 연녹색 이파리들이 돋아나는 것에 흥분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그 중에 해마다 연례행사로 가지를 쳐주는 것은 무화과나무입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기둥 하나만 덜렁 남겨놓았는데 그 무화과나무에도 연한 이파리들이 앞다투어 비집고 나오는 것을 보면 감탄을 그칠 수 없습니다.  저는 설교를 준비하다가 그런 꽃들과 나무들을 관찰하면서 음미하는 것이 취미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많은 비가 왔기에 더욱 파랗게 자라는 잎새들을 보면서 더욱 감탄하고 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의 경이로움에 흠뻑 취하여 주 하나님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찬양합니다.  이렇게 한껏 마음의 청량제를 마시고는 책상머리에 미소를 머금고 다시 앉곤 합니다.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왕으로 오신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날입니다.  예수님은 겸손한 왕이시기에 세상의 다른 왕들과 달리 나귀를 타고 찾아오셨습니다.  백성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겉옷을 깔아드리며 우리를 위해 오신 왕을 환영했습니다.  그리고 호산나, 우리를 구원하시기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예수님이 왕이 되셔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참된 왕이 되실지 아는 자도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죄를 위하여 이 땅에 오셨고, 그래서 당연히 십자가를 지셔야 했고, 그 마지막은 부활의 영광임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겨우내 죽었던 나무들이 봄에 싹을 틔우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래서 부활절은 봄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제자들은 이런 예수님의 궤적을 따라야 합니다.  이 땅에서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면 부활의 영광이 기다릴 것을 믿어야 합니다.  종려주일은 진정한 왕이신 예수님을 환영하면서 주님처럼 고난의 길을 걸어가기를 결단하는 날입니다.  한 주간 내내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우리 또한 고난의 길을 걷기를 스스로 선택하고 이 길의 끝에 부활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어야 하겠습니다.

“내가 나를 업고 가는 길입니다. / 내가 나를 참아주며 걸어가는 길입니다. /  끊임없이 내가 나를 실망시킬 때에, 나에게는 내가 가장 큰 절망이 될 때에, 내가 나를 사랑함이 미워하는 것보다 어려울 때에, 괜찮다 토닥이며 가는 길입니다. / 위로하며 화해하며 가는 길입니다. / 십자가는 밖에 서 있지 않고, 십자가는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휘청이며 넘어지며 깨닫는 그 길입니다. / 십자가의 길, 내가 나를 만나는 길입니다.”(홍수희, 십자가의 길).  봄날 신선하게 피어나는 만물처럼 영광스런 부활의 그 날을 사모하며 오늘도 우리 모두는 십자가의 길을 걸어갑니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