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가정은 1995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미국에 왔습니다. 그 이전에 한 번 왔었지만 선교사 생활을 마치고 찾아온 미국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그해 겨울은 비도 많이 오고 유난히 추웠습니다. 낯설고 물설은 미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용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신학교 동문회에서 저의 가정을 초대해 주었습니다. 저희는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알린 적도 없고 게다가 동문회가 있음을 알지도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의 동문들은 우리 가정을 따뜻이 맞이해 주었고, 그 때의 환대를 잊지 못해 저는 동문회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섬겨왔습니다.
이민 생활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뉴욕에 있는 친구 하나가 연락이 왔습니다. 내용인즉, 자기가 소개받은 선교사님의 아들이 LA를 가게 될 텐데 대학 입학하면 기숙사에 들어갈 것이고, 그 사이에 우리 집에서 좀 머물게 해달라고 하는 부탁이었습니다. 어린 딸만 둘 있는 집에 다 큰 총각을 들이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지만 환대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그 형제는 굳이 거실의 소파에서 자는 게 편하다며 소파에서 잠을 자며 열흘 동안 너무 얌전하게 있었습니다. 대학교에 데려다주면서 너무 좋아 보여 사역을 하고 싶으면 함께 사역하자고 하였습니다. 3년 후 조기졸업을 하였고 우리교회 중고등부 전도사로 아주 훌륭하게 섬겼습니다. 이제는 아프리카의 선교지에서 아버지를 이어 귀한 선교사역을 이루고 있습니다.
환대란 내 공간에 다른 사람을 허용하는 행위입니다. 기독교철학자 임마누엘 레비나스는 환대란 나의 삶의 테두리 밖에 있는 타자의 호소에 응답하여 타자를 나의 삶의 공간에 맞아들이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의미는 어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환대(hospitality)는 라틴어 hospes에서 왔는데 host(주인)와 guest(손님)를 모두 의미하므로 환대하는 순간 주인과 손님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베풀고 나눌 때 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이 위로 받고 더 많이 삶의 의미를 깨닫는 선물을 받습니다.
우리교회는 최근에는 좀 못했지만 선교사님들을 환대하는 교회였습니다. 여름철에는 제가 토요일에 강단에 서지 못할 만큼 거의 매주 선교사님들이 방문하였습니다. 선교사님들을 환대하는 것이 거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님들은 고마워했고 우리 교우들은 선교 사역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이번에 캄보디아에 파송한 김창규 선교사님 부부가 8년 만에 딸과 함께 방문합니다. 작년에 아들 건민이에 이어 올해 딸 혜민이가 동부의 좋은 대학에 전액 장학금으로 입학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우리가 뒤에서 선교사님 가정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더욱 사역에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