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아듀, 이정표!

By February 4, 2024February 29th, 2024No Comments

제가 신학대학원 1학년 때 제 여동생은 대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2학기가 시작될 때 동생의 등록금을 해결해 주고 나니 제 것은 없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다가 이 차제에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취직한 곳이 나침반사라는 출판사였습니다.  저는 그로부터 1년 반 동안 편집부에 근무하였는데 그 때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을 배웠습니다.

그 때 처음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옥한흠 목사님의 <고통에는 뜻이 있다>였습니다.  설교가 글이 되고 글이 다시 책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글 쓰는 것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그 일을 하는 중에 워런 위어스비 목사님의 <목회자 지침서>라는 책에서 책 표지에 “목회자는 한 교회를 위해 충성을 한 것만으로도 그의 사명을 다한 것이다!”라는 문장을 발견하고는 “제가 이런 목회자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가 바로 나침반교회가 되었습니다!

나침반교회에 처음 부임하고는 줄곧 <이정표>를 썼습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이래 제가 수술을 받을 때 제 아내에게 몇 주 동안 대신 쓰게 한 외에는 25년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썼습니다.  이정표는 저의 목회 단상이고 목회 비전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가 목회하면서 느끼고 감동하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설교에서 다 말 할 수 없었던 교회의 뒷이야기들은 무엇인지를 말하는 장이었습니다.  저는 설교를 통해서 목회를 했는데 이정표를 통해서도 저의 목회를 교우들에게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사실 이정표를 쓰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가끔은 글이 쉽게 써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쉬운 날보다 어려운 날이, 써질 때보다 안 써질 때가 많았습니다.  억지로 지면을 채워야 할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주보를 인쇄하는 시각은 다가와서 뭐라도 써야 하는 상황일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교회가 어려울 때는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정표를 쓰면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힘을 냈습니다.  이제 이런 이정표와 이별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다음 주부터 주보가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마음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역에 더 집중할 여유를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아듀, 이정표. [M]